- 작성시간 : 2009/09/13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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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이돌가수 2pm의 리더 박재범이 연습생 시절 인터넷에 올려놓은 한국비하 발언으로 쫓기듯 한국을 떠났다. 사태가 크게 번진 후 박재범의 발언을 찾아본 나는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문제가 됬던 발언은 한국에 대한 푸념에 불과하다고 느껴졌고, 그의 발언에 저주를 퍼부었던 누리꾼들에게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너희는 한국에 대해 욕 한번 안해봤어?”라는 말이었다. 누구나 개인의 기호가 있는 것인데 왜 하필 박재범의 경우, 마녀사냥을 당해버린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렇다면 박재범이 한국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근본원인은 과연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먼저 나는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이 문제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대부분은 일종의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 일본에 의한 식민지배, 과거의 전쟁으로 인한 피폐한 생활, 현재 약소국의 위치는 한국인들을 잘못된 국가주의에 빠지게 만들고 있다. 문제는 평소에는 유발되지 않는 그 애국심이, 특정한 문제나 사건에 직면했을 때 하나의 태도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그러한 애국심은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운동경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선수 개인에게 관심을 가지기 보다는 ‘한국’이라는 선수들의 국적에 더 집착하고 그들의 승리에 과도한 자부심을 느끼곤 한다.
박재범의 경우도 그가 표현한 ‘한국인’이라는 표현에 누리꾼들은 과도한 감정이입을 해버렸다. 한국비하 발언을 외국인이 했어도 반응이 뜨거울텐데, 외국인도 아닌 한국인의 핏줄인 박재범이 한국비하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누리꾼들로 하여금 잘못된 애국심을 불러일으키게 한 것이다.
두 번째로 나는 연예인들에 대한 열등감도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일반인들은 연예인에 대한 선망이 있다. 한쪽에서는 그들의 사생활과 과거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연예인이라는 위치를 부러워하고 시기한다. 박재범의 경우, 미국시민권을 가지고 있어 군대도 면제되는 데, 나이도 어리면서 잘나가는 아이돌가수의 일원이라는 이유로 돈도 많이 벌고 있다는 사실은 일반인들에게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열등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 때문에 박재범이 ‘제 2의 유승준’이라고 불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유승준의 경우는 대중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박재범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본다. 어찌되었든 과도하게 연예담론에 열광하는 한국인들에게 박재범의 이러한 상황은 한국비하발언사건에 기름칠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 번째로 ‘이러한 사건을 확대하는 언론과 주어진 정보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누리꾼 중에 누구에게 잘못이 있는 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나는 누리꾼들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박재범 사건을 보고 ‘미수다(미녀들의 수다)의 독일인 베라의 한국비하발언’사건을 가장 먼저 떠올린 이유이다. 베라의 책에서 한국비하발언이 있었다고 베라를 욕하고 미수다의 폐지를 외치던 누리꾼들은 지금 모두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 이 역시 확대 재생산된 언론에 휘둘린 누리꾼들의 과도한 반응이 문제였다. 조회수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작은일도 확대시킨다고 언제까지 언론만을 비판하고 있을것인가? 이 같은 언론의 횡포를 탓하며 방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침묵의 나선형 이론(클릭하시면 자세한 설명을 볼 수 있습니다)이라는 것이 있다. 자신이 속한 집단이 우세인지 열세인지 판단해서 박쥐처럼 자신의 의견을 바꾸는, 점차 나선형에 수렴해가는 누리꾼은 이제 사라져야만 한다. 변화되어야만 한다. 누리꾼들이 다른사람의 의견에 의존해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스스로가 그 정보를 접하고 자발적인 판단을 내릴때 언론의 이같은 정보상업주의가 막을 내리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연예인이라고 하더라도 사적부분을 가진 개인이다. 또 민족주의는 과거 우리사회를 묶어주던 하나의 수단일 뿐이지 목적은 될 수 없다. 박재범에 대해 과도한 애국심을 보여준 우리사회에게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포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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